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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앞날을 알 수 없으니 <1Q84> 나는 지금 새로운 직장의 입사를 앞두고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 매일 티비를 보고 책을 읽고 밥을 먹고 여유롭게 살고 있다. 어떤 날은 은행일을 보러 은행에 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도서관에 간다. 주말에는 엄마와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온다. 아주 여유로운 삶이다. 그런데 요즘 늦은 사춘기가 왔는지 자꾸 짜증이 치민다. 특히 엄마와 대화를 나눌 때 그런 걸 보면 사춘기가 맞는가보다. 결국 나는 치미는 울화를 이기지 못하고 엄마에게 짜증을 낸다. 그게 나의 요즘이다.나는 4월에 어떤 모습일까. 고작 한 달하고 며칠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이지만 나는 이때의 모습을 예측할 수 없다. 입사를 했을 것이고, 일을 시작했을 것이고 많이 혼란스러울 것이고 힘들 것이라는 것 정도. 당장 나의 8월과 나의 12..
엄마와도 권태기가 올 수 있을까 엄마와의 대화가 재미가 없고 뭘 물어보면 짜증이 나고 그래서 막 짜증을 내다가도 후회를 하고 엄마가 하는 소리가 다 틀린 소리 같고 마치 권태기를 지나는 듯 하다. 누구와 사귀다 이러는 거라면 헤어지기라도 할텐데, 엄마한테 이별을 고할 수도 없고 서글프다. 또 막상 혼자 방에 틀어박혀 있으면 나가서 얘기를 하고 싶은데, 막상 나가면 대화 서두부터 짜증이 치민다. 엄마와의 관계에 있어 이제서야 처음 느끼는 감정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혼란스럽다. 나는 나의 감정을 지지해야할지, 엄마를 지지해야할지 모르겠다. 꾹 참고 대화를 이어나가기에는 속에서 불이 끓는 듯해서 참을 수가 없다.
자식은 부모와 만난다, 나는 엄마와 만난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은 내가 꼽는 올해의 도서 베스트 5에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좋은 책이었다. 사고의 변화를 가져오고 범위를 더욱 넓혀준 책이다. 그동안 내가 행해온 형식적인 친절이나 겉모습만 수용이었던 행위를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픈 책이다.이 책에서 좋은 부분을 골라보라고 한다면 셀 수 없이 많이 고를 수 있다. 그렇지만 딱 한 가지만 고르라고 한다면 고심을 하다가 서문을 선택할 것이다. 서문은 정말 좋은 글이다. 내용이 정말 좋다. 이전에 썼던 글에서 소개한 부분 말고 또 다른 부분을 소개해볼까 한다. 다음과 같다.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에서 자식은 부모의 기획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 긴 시간 수많은 관계와 사건을 통과하며 부모와 만나는 독립된 존재다. (중략)출산과 동시에..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 <더 스크랩>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하루키의 소설은 솔직히 말하면 내 취향은 아니고, 에세이를 정말 좋아한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도 저렇게 나이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한 어른'은, 젊은이로 하여금 '아, 나도 저렇게 늙어야지.'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어른인데 그런 면에서 하루키는 성공한 어른이다. 하루키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에세이에서 묻어 나오는 생각과 생활 태도 같은 것만 봤을 때는 정말 존경스럽다.아무튼 그래서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하루키가 에 연재한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이 책 서문에 나오는 구절을 읽고 웃음이 났는데, 다음과 같다. 수준 높은 두 잡지 와 의 엄정함에는 매번 감탄했다. 사 년..
매일이 좋은 날이라는 건 무엇일까<일일시호일> 최근 극장에서 오모리 타츠시 감독의 이라는 영화를 봤다. 나는 이 제목을 통해서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영어로 하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텐데, 'every day a good day'라고 한다. 그러니까 매일이 좋은 날이다 뭐 그런 뜻이다.이 영화의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몇십 년 동안 차만 우리다 끝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이 친구와 취미 삼아 차를 배우기 시작하고 몇 십 년 동안 차를 우리는 그런 영화이다. 주인공이 차를 우리는 동안에도 인생은 전개된다. 대학에 입학했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할지 다른 걸 할지, 뭘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도 오고 애인에게 버림받는 시기도 온다. 나와 친한 친구가 나보다 앞서나가는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
나는 실격당하면서 실격시키는 사람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최근 읽기 시작한 책, 김원영 변호사가 쓴 의 서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인종적 성적 소수자, 나이가 많은 사람들, 장애는 없지만 배제되고 소외되기 쉬운 외모를 가진 사람들의 경험을 장애인들은 얼마간 다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들이 존중받고 매력적인 존재로서 자신을 표현해낸 역사와 이론적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면, 우리 중 누구도 ‘잘못된 삶’이라고 규정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격당한 자들’을위한 ‘변론’같은 이야기들을 하며 생각해볼 거리를 끊임없이 던져주는 책이다. 주로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그 이유는 위 구절에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잘못된 삶’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같은 책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요컨대 ‘잘못된 삶’이란 ..
어쩔 수 없는 전쟁이었다. <군주론> ​“어쩔 수 없는 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며, 무력 이외에는 그 어떤 희망도 없을 때 무력 또한 신성한 것이 된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갈등을 항상 피해오던 내가 최근에 하기 싫은 이야기들을, 쌓여서 곪아 터질 지경인 속마음을 조금 이야기했다. 지금 보기에 우리의 관계는 조금 멀어진 것 같다. 그리고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 상대가 나에게도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서 내 마음도 아프고 가끔 ‘차라리 말을 하지 말걸 그랬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때마다 나는 저 문장을 읽는다. 원래 티투스 리비우스의 9권에 나오는 내용을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에서 인용한것이다. 저 문장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내가 만일 그말도 하지 않고 품고 있었더라면 나는 정말 죽었을 수도 있을 거라는 걸. 결과적으로 내 마음..
감기에 걸려보니 알겠다. 감기에 걸렸다. 토요일에 시작된 감기가 일요일에 정점을 찍고 지금은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또 서서히 나아지나 했는데 이제는 기침이 심해져서 기침을 할 때마다 목젖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튼 지난 일요일은 많이 힘들었다. 집 안에 있으면서 하루 종일 요양을 했는데 뭔가를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따뜻한 물을 먹어야 해서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해야지'생각을 하고 몇 십분을 멍하니 앉아있거나 누워있다가 겨우 일어나서 물을 담고 끓였다. 그 정도였다. 원래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못했다. 아무튼 그때야 알았다. 감기에 걸렸을 때 뭘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스위치 하나 끄고 켜는 것도 힘든데 뭘 만들고 요리를 하는 건 또 얼마나 힘든지. 그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