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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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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없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대처법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나는 그런 네거티브한 일을 맞닥뜨릴 때마다 거기에 관여한 사람들의 모습이나 언행을 세밀히 관찰하는 데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어차피 난감한 일을 겪어야 한다면 거기서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것이라도 건져야지요(아무튼 본전이라도 뽑자, 라는). 당연히 그때는 나름대로 상처를 받고 우울해지기도 했지만, 그런 체험은 소설가인 나에게 무척 자양분이 가득한 것이었구나, 그런 느낌을 이제는 갖고 있습니다. 물론 멋지고 즐거운 일도 상당히 많았을 텐데, 지금까지도 또렷이 기억나는 건 왠지 네거티브한 체험 쪽입니다. 다시 떠올려서 즐거운 일보다 오히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들이 더 많이 떠올라요. 결국은 그런 일에서 오히려 배워야 할 것들이 더 많았다는 얘기인지도 모릅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
예민함을 안고 살 수 있는 이유 <오늘의 인생> 도서관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책을 한 권 빌려왔다. 마스다 미리의 . 마스다 미리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정작 그 사람의 책을 본 적은 없었다. 만화로 된 이라는 책을 넘겨보다가 가볍게 보기 좋을 것 같아서 빌려왔다. 은 에세이 만화다. 소소한 일상, 생각 같은 걸 만화로 표현했다. 그래서 책을 펼쳐들 때 부담이 없다. 드라마가 하기 전 광고가 나오는 시간을 틈타 보다 보면 책장이 휙휙 넘어간다. 어느샌가 드라마는 시작해있고 책에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다. 이 만화는 살며시 미소 짓게 만들기도 하지만 위안이 되기도 한다. 다음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그날 낮에 있었던 불쾌한 일을 조금은 털어낼 수 있었다. 그런 사람(독설가)은 시시때때로 감정을 배출하니까 이를테면 글을 쓰는 일에는 안 ..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방법 <울분> 어딜 가나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는 어렵다. 나는 특히 더욱 그렇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들을 마주하는 일은 어렵다. 어려운 일일수록 답은 간결한 모양인지, 필립 로스의 소설 에는 그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같은 학교 남학생이 주인공에게 하는 말이다.와인스버그에서는 거리를 좀 두는 게 도움이 돼. 입을 다물고, 몸조심하고, 미소를 지어. 그런 다음 하고 싶은 대로 해. 다 개인적인 일로 받아들이지 마. 모든 걸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그러면 이곳이 네 인생의 가장 좋은 때를 보내기에 그렇게 나쁜 곳, 세상에서 가장 나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 나는 매번 내가 몸담고 있는 여기가 '최고로 좋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돼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글을 읽고서야 그걸 알았..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할 수는 없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할 수는 없다.', 쉽게 말하면 그런 뜻이 된다. 가게를 경영하고 있을 때도 대체로 같은 방침이었다. 가게에는 많은 손님이 찾아온다. 그 열 명 가운데 한 명이 '상당히 좋은 가게다, 마음에 든다, 또 오고 싶다'라고 생각해주면 그것으로 족하다. 열 명 중에 한 명이 단골이 되어준다면 경영은 이루어진다. 거꾸로 말하면 열 명 중 아홉 명의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 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 무라카미 하루키 '모든 사람이 너를 좋아하게 할 수 없으니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 하지 말고, 너 스스로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해라'라는 말을 자주 볼 수 있다.잘 알고는 있지만 그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라고들..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일 <어떻게 살 것인가> 적당한 거리감은 건강한 관계에 필수적이다. 너무 멀어서도 안되고 뜸해서도 안되며, 너무 가까워서도 안되고 너무 자주여도 안된다. 내가 지금까지 맺은 수많은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그러나 적당한 거리감이 중요한 만큼, 이것을 유지하는 것은 무지막지하게 어렵다. 나는 특히 좋아하는 사람과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오늘 같이 재밌게 놀았으면 내일도 같이 있고 싶고, 오늘 죽이 잘 맞았으면 내일 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하지만 한두 번은 괜찮지 매일 이렇게 자주 시간을 같이하다보면 어김없이 권태의 시간은 온다. '이 사람이랑 있을 때 너무 재밌어. 이 사람이랑은 권태같은 게 없을 거야. 이 사람이랑 몇십 년이고 같이 지내야지.'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불과 몇 개월만 지나도 그때 내 생각이 틀렸음을..
우리는 앞날을 알 수 없으니 <1Q84> 나는 지금 새로운 직장의 입사를 앞두고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 매일 티비를 보고 책을 읽고 밥을 먹고 여유롭게 살고 있다. 어떤 날은 은행일을 보러 은행에 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도서관에 간다. 주말에는 엄마와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온다. 아주 여유로운 삶이다. 그런데 요즘 늦은 사춘기가 왔는지 자꾸 짜증이 치민다. 특히 엄마와 대화를 나눌 때 그런 걸 보면 사춘기가 맞는가보다. 결국 나는 치미는 울화를 이기지 못하고 엄마에게 짜증을 낸다. 그게 나의 요즘이다.나는 4월에 어떤 모습일까. 고작 한 달하고 며칠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이지만 나는 이때의 모습을 예측할 수 없다. 입사를 했을 것이고, 일을 시작했을 것이고 많이 혼란스러울 것이고 힘들 것이라는 것 정도. 당장 나의 8월과 나의 12..
자식은 부모와 만난다, 나는 엄마와 만난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은 내가 꼽는 올해의 도서 베스트 5에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좋은 책이었다. 사고의 변화를 가져오고 범위를 더욱 넓혀준 책이다. 그동안 내가 행해온 형식적인 친절이나 겉모습만 수용이었던 행위를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픈 책이다.이 책에서 좋은 부분을 골라보라고 한다면 셀 수 없이 많이 고를 수 있다. 그렇지만 딱 한 가지만 고르라고 한다면 고심을 하다가 서문을 선택할 것이다. 서문은 정말 좋은 글이다. 내용이 정말 좋다. 이전에 썼던 글에서 소개한 부분 말고 또 다른 부분을 소개해볼까 한다. 다음과 같다.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에서 자식은 부모의 기획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 긴 시간 수많은 관계와 사건을 통과하며 부모와 만나는 독립된 존재다. (중략)출산과 동시에..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 <더 스크랩>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하루키의 소설은 솔직히 말하면 내 취향은 아니고, 에세이를 정말 좋아한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도 저렇게 나이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한 어른'은, 젊은이로 하여금 '아, 나도 저렇게 늙어야지.'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어른인데 그런 면에서 하루키는 성공한 어른이다. 하루키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에세이에서 묻어 나오는 생각과 생활 태도 같은 것만 봤을 때는 정말 존경스럽다.아무튼 그래서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하루키가 에 연재한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이 책 서문에 나오는 구절을 읽고 웃음이 났는데, 다음과 같다. 수준 높은 두 잡지 와 의 엄정함에는 매번 감탄했다. 사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