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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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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을 썩히지 않고 '재능'으로 불리도록 하려면 <온전히 나답게> 나는 항상 찾고 있고, 궁금하다. 과연 내 재능은 무엇일까? 나는 어느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아직 찾지 못했다.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면 없거나, 다 썩어버린 게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 재능의 새싹은 있었는데 물을 안 줘서 다 죽었나 보다. 어쨌든 재능 없이도 (좀 고달프지만) 밥은 먹고 살 수 있으니까 못 찾는다고 해서 그렇게 절망적일 것도 없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좀 아프다. 최근 작가 한수희의 에세이, 를 읽으며 재능에 관한 구절을 발견했다. ‘아~’하는 탄성을 자아낸 구절이니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S, 나이가 들면서 재능에 대한 내 생각은 많이 달라졌어. 재능은 손만 대도 빵의 온도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게 아냐. 재능은 펜만 들면 아름다운 문장을 빵처럼 구워내..
<찌질한 인간 김경희> 찌질이들이여, 힘내라! 모노톤 책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연보랏빛 표지에 눈길 한번, 라는 몹시 공감되는 제목을 보고 손을 한번, 그렇게 이 책을 펼쳐들게 됐다. 그리고 읽어나갔다. 무지 재미있고 공감되는 책이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에서 ‘김경희’라는 인물은 글쓴이 자신을 가리킨다. 책 속에는 자신의 자잘하고 찌질한 일상과 생각들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게 또 공감되는 면이 어마어마하다. 나도 어마무시한 찌질이로서, 또 글쓴이와 같이 배우 박정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허나 애정의 강도는 글쓴이에 비하면 한참 덜하다) 책의 제목과 작가 소개란을 보고 ‘엇, 이 사람 은근 나랑 겹치는 게 많은데’라고 생각했다. 한 가지 소름 돋았던 건 공항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읽으면서였다. 왜 소름이 돋았냐하면 나도 그런 적 있다. 출국할 계획도, ..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밥벌이에 대한 고민은 모든 직업과 함께한다. 는 2년 조금 안되는 시간 동안 글쓴이가 ‘일단멈춤’이라는 책방 문을 열고 닫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놓은 책이다. 책방 주인의 책방 일지를 들여다보는 느낌이 드는 책. 글이 술술 읽혀서 단숨에 다 읽어버렸는데, 덕분에 책방이 만들어져 채워지고 다시 비워지는 장면을 끊김 없이 온전히 음미할 수 있었다. 글쓴이는 ‘자신의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과감하게 퇴사 후, 책방을 차린다. 치열했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혼자서 책방을 운영해간다면 더욱 여유를 즐기면서 내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지고 시작한다. 하지만 서점의 위치를 정하고 공간을 마련하는 것부터 책을 들여오는 것, 매달 책방을 운영할 만큼의 수익을 얻는 것까지 어려운 일 투성이었다. 오히려 더 일에 묶여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수입..
길 가다 돈 줍기 독서법; 독서가 지루한 자여, 모여라. 책을 읽기가 너무 재미도 없고 별 흥미도 없고 마냥 싫지만, 책이 영양가가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어떤 이유에서든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껴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픈 독서법이 있다. 그 방법은 어찌 보면 독서의 목적을 살짝 비트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목적을 ‘마음을 울리는 구절을 찾는 것’으로 바꾸고 책을 읽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마음’이나 ‘울리는’같은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 왜, 그런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평소라면 눈길도 주지 않았을 그림을, 거기에 숨은 그림이 있다고(숨은 그림 찾기 말이다) 해서 샅샅이 뒤지고 그림의 이곳저곳을 꼼꼼히 살피는 경우. 그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찾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면 안 된다. 네잎클로..
칭찬 싫어하기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칭찬받는 것. 그건 정말 좋다. 칭찬만큼 기분 좋은 것도 없다. 잘한다, 멋있다, 예쁘다, 잘 어울린다, 잘 소화했다, 이런 칭찬을 듣고 있으면 좋다. 그리고 이런 칭찬에 익숙해지다 보면 칭찬을 받지 못했을 때 서운한 마음이 든다. 칭찬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가진 지적과 비난을 들으면 속상한 마음을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한 마디로 내 감정은 칭찬에 잘 휘둘린다. 그런데 이렇게 남의 칭찬에 휘둘리고만 있으면 되는 게 없다는 걸 요즘 들어 깨닫고 있다. 어느 날 문득 ‘남의 칭찬에 조종당하고 있는 꼴이네’라고 생각했다. 정말 조종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칭찬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의도가 없는 칭찬이더라도, 내가 칭찬에 눈이 멀어서 좋은 소리 한번..
선물 사는 게 제일 어려워요.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선물 사는 것을 엄청나게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 선물을 사는 것은 어렵다. 내가 산 선물이 받는 이의 취향에 어긋나거나 쓸모없을까봐 걱정이 돼서 그런다. 별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선물 사는 건 별로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어느 담당자를 만나러 가야 하는 데 선물을 사야 한다면 적당히 과일주스나 비타500 같은 걸 한 박스 사들고 가면 된다. 상대방이 과일 주스를 혐오하는 사람이건 비타500의 맛을 경멸하는 사람이건 상관없다. 나는 내 성의를 보여주면 끝이다. 내 선물이 상대의 마음에 드냐 마느냐, 그 사람의 취향을 저격했느냐 그러지 못했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주스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도 하고.) 그런데 가까운 사이라면 선물을 사는 것은 너무도..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과거에 발목 잡힌 자여. 얼마 전 읽게 된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에 대해 짧게 써볼까 한다. 감정의 세밀한 묘사가 특히 돋보여서 그 감정들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나’이지만 주로 ‘선생님’에 관한 내용이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나’는 해수욕장에서 우연히 ‘선생님’을 보게 되고 매력을 느껴(여기서 매력은 그저 인간적인 매력이다. 사귀고 싶고 결혼하고 싶은 그런 거 아니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가까운 사이가 된다. 자주 선생님의 집에 들러 만남을 가지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선생님이 대단한 통찰력을 가진 지식인이라는 걸 느끼고 왜 그 능력을 다른 곳에 써먹지 않고 집에만 있는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간혹 나오는 선생님의 뼈가 박힌 말에 선생님이 어떤 과거를 ..
어떤 자식을 낳든 어머니는 어머니 <작가로 산다는 것> 나는 나를 너무 부족한 사람으로 본다(실제로도 부족한 부분이 많긴 할 테지만). 그래서인지 ‘내가 이런 중요한 일을 해도 되나?’, ‘내가 도움이 될까’ 같은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불안함을 느낀다. 내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내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봉사활동을 하러 가서도 그렇다. 주로 교육봉사를 많이 해왔는데 매번 하면서도 ‘나한테 배우는 학생들은 도움이 된다고 느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생각을 해서 그런지 매번 수업을 열심히 준비해가긴 했지만 그렇게 열심히 해가도 그런 생각은 사라지질 않는다. 어쩔 수 없는가 보다.타인의 반응과는 무관하게 그런 생각은 항상 머릿속에 떠돌기 때문에 체념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다가 최근에 읽었던 책에 나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