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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만한 오렌지 ​ 인터넷에서 파는 한박스에 113개가 든 오렌지를 주문했다. 크기는 딱 귤만하다. 하지만 껍질은 딱딱해서 귤보다 까는 데 품이 많이 든다. 오렌지칼도 사은품으로 줬다. 오렌지를 사면 대개는 칼이 따라오는 것 같다. 오렌지가 아주 잘 잘리고 좋다. 다이소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좋다. 다이소에서 파는 새 모양 오렌지칼은 장식품이 된지 오래다. 이 오렌지가 크기는 조그맣지만 맛은 아주 좋다. 한 박스에 사만원인가 오만원인가 하는데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거 같다. 오렌지 맛이 좋으니까 크기고 뭐고 신경쓰이지도 않는다. 맛있으면 장땡이다.
언 바나나에 우유를 ​ 나는 바나나를 좋아한다. 그러나 바나나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검게 변한다. 그럴 때는 껍질만 다 까서 냉동실에 넣는다. 그리고 갈아먹는다. 바나나 두 개와 우유 200ml를 함께 갈아마시면 참 맛있다. 바나나의 단 맛으로 시럽이나 설탕같은 걸 넣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것도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 집을 떠나면 이 맛있는 음료를 먹기는 어려울 거다.
아로니아를 위한 요구르트 ​ 집 근처 마트에서 15개에 990원에 파는 요구르트다. 우리 집에는 항상 요구르트가 있는데 그건 아로니아 때문이다. 여기 저기에 좋다는 아로니아를 요구르트와 섞어 먹는다. 그러면 아로니아액의 떫은 맛이 줄어들고 보다 달달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아로니아를 먹고 어디가 좋아졌는지는 체감할 수 없지만 둘을 섞어먹는 맛도 나름 괜찮아서 생각날 때 마신다.
크리넥스 휴대용 티슈 ​ 카카오 캐릭터가 그려진 크리넥스 여행용 티슈. 어느 순간부터 휴지 없이는 어디를 가는 게 불안해졌다. 나도 모르게 콧물이 나올 때가 있고, 시외버스를 타면 잠을 자면서 침을 흘릴 때가 많다. 그때는 주머니에 처박힌 쓰던 휴지마저도 귀해진다. 뭘로든 닦아야 하기 때문에. 사진 속 저 휴지는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산 휴지다. 당시 버스에서 울음이 나서 참느라 콧물이 쏟아졌을 때, 주머니에 있던 휴지로 대강 처리하고 산 휴지다. 그때 그 슬픔은 아마 카카오 캐릭터가 그려진 저 티슈를 볼 때마다 생각날 거다. 휴지는 되게 부드러워서 좋다. 주휴소 휴지가 아닌 곽티슈에 든 휴지의 촉감이다.
새 모양 오렌지칼 ​새 모양 장식품처럼 보이겠지만 새 모양 오렌지칼이다. 새 부리로 오렌지에 선을 내고, 꼬랑지로 껍질을 벗겨낸다. 이건 다이소에서 산 건데, 생긴건 깜찍하지만 오렌지 껍질 벗기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다. 자르면서 과즙이 줄줄 흘러내린다. 인터넷에서 오렌지를 구매하면 종종 오렌지칼도 덤으로 주는 경우가 있다. 그 오렌지 칼이 진짜 좋다. 딱 껍질만 잘라내고 더 깊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과즙이 흘러내리는 일 따위 없다. 외형도 딱 실용적이게 생겼다. 기능에 충실하다. 깜찍한 새 모양 따위와는 전혀 무관하다. 한 가지 단점은 약하게 만들어진 모양인지 쉽게 부러진다는 것이다. 새 모양 칼이든 기능에 충실한 칼이든 다 단점은 있는 모앙이다.
이것은 그냥 계란이 아니다. ​ 맥반석 계란이다. 솔직히 나는 하얀 삶은 계란보다 갈색 맥반석 계란이 더 좋다. 더 맛있다. 하지만 만들기가 까다롭기때문에 주로 하얀 삶은 계란을 먹는다. 그래서 맥반석 계란은 더 간절하게 느껴진다. 계란은 겉면만 봐서는 그 속이 어떤지 알 수가 없다. 날계란인지, 삶은 계란인지, 맥반석 계란인지 모른다. 깨봐야 그 안의 상태가 뭔지 알 수 있다. 삶은 계란을 날 계란이라 착각하고 깨는 건 괜찮다. 날계란을 삶은 계란이라 착각하고 깨는 건 썩 기분이 유쾌하지 않다. 흰자가 내 손을 타고 질질 흐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탁자에 놓인 계란 하나가 뭔지 모른다. 실은 맥반석 계란이지만 이걸 발견한 사람은 뭔지 모른다. 날계란을 두려워하여 깨지 않으면 맛있는 맥반석 계란을 먹을 수 없다. 그러니 맥반석..
저항감 없는 웰치스 젤리 ​ 손바닥만한 크기의 웰치스 젤리가 거실 탁자에 있었다. 입이 심심해서 먹어봤다. 씹으면서 느낀건데 참으로 저항감 없는 젤리다. 지금껏 먹었던 젤리들은 한번 씹는다고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또 굉장히 쫀득쫀득한데, 이건 씹자마자 부서진다. 이 젤리 모양은 과일을 닮았는데, 딸기 모양의 경우는 과일 딸기가 가진 모공까지도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물론 이 젤리의 모공은 과일 딸기와는 달리 비어있다. 마치 코팩으로 블랙헤드를 제거하고 난 우리네 코 표면을 닮았다. 젤리처럼 사람마다 취향을 타는 것도 없겠지만, 내 취향을 기반으로 이 젤리에 대해 평하자면 ‘그냥 저냥’이다. 맛이 훌륭한 것도 아니고 아주 못난 것도 아니다. 그저 젤리로서는 독특한, ‘종합 제리’스러운 식감이 희한할 뿐. 모양은 귀엽다.
꽃, 이것 저것 꽃 ​ 8일 전에 받은 꽃을 엄마가 꽃병에 꽂아두었다.💐 여러 종류의 꽃이 한다발로 묶여있었는데 나는 꽃 이름에 무지한 편이라서 뭐가 뭔지 모른다. 내가 아는 건 장미와 프리지아, 카네이션 뿐. 꽃은 각기 다른 속도로 시들어간다. 프리지아는 많이 시들어 흐물흐물하게 보이지만, 🌸이렇게 생긴 꽃은 아직 팔팔하다. 같은 화병 속 꽃이 다른 속도로 시들어가는 게 편안하기 느껴진다. 같은 속도로 흐물흐물해지는 건 뭔가 어색하다. 자연스럽지 않다. 그동안 우리 집에는 다육이만 있어서 보이는 색이라곤 초록색 뿐이었는데, 꽃이 들어오니 알록달록하다. 가끔 꽃을 사오는 것도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