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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책

재수 없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대처법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나는 그런 네거티브한 일을 맞닥뜨릴 때마다 거기에 관여한 사람들의 모습이나 언행을 세밀히 관찰하는 데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어차피 난감한 일을 겪어야 한다면 거기서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것이라도 건져야지요(아무튼 본전이라도 뽑자, 라는). 당연히 그때는 나름대로 상처를 받고 우울해지기도 했지만, 그런 체험은 소설가인 나에게 무척 자양분이 가득한 것이었구나, 그런 느낌을 이제는 갖고 있습니다. 물론 멋지고 즐거운 일도 상당히 많았을 텐데, 지금까지도 또렷이 기억나는 건 왠지 네거티브한 체험 쪽입니다. 다시 떠올려서 즐거운 일보다 오히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들이 더 많이 떠올라요. 결국은 그런 일에서 오히려 배워야 할 것들이 더 많았다는 얘기인지도 모릅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재수 없는 인간을 만나고 상대해야 한다. 그런 때가 정말 자주 있다. 나는 앞서 제시한 구절을 읽으면서, 재수 없는 인간들을 만났을 때 마음을 저렇게라도 먹어봐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렇다고 재수 없는 인간을 평생 안 만날 수도 없으니까.

같은 책에서 이런 구절도 나온다.

 

그러니까 얼른 한 번 보고 '이 인간은 영 마음에 안 드네'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눈을 돌리지 말고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어떤 식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가' 등의 요점을 머릿속에 담아둡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이 글의 저자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더욱 풍부한 소설을 쓰기 위해서' 저렇게 하면 좋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비단 소설가에게만 적용되는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소설가가 아니라서 저런 방법은 발톱의 때만큼도 도움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외면해도 좋다. 아니면 기왕 재수 없는 사람들을 수없이 만난 김에 소설을 써보자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