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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책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방법 <울분>

어딜 가나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는 어렵다. 나는 특히 더욱 그렇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들을 마주하는 일은 어렵다. 어려운 일일수록 답은 간결한 모양인지, 필립 로스의 소설 <울분>에는 그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

같은 학교 남학생이 주인공에게 하는 말이다.

와인스버그에서는 거리를 좀 두는 게 도움이 돼. 입을 다물고, 몸조심하고, 미소를 지어. 그런 다음 하고 싶은 대로 해. 다 개인적인 일로 받아들이지 마. 모든 걸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그러면 이곳이 네 인생의 가장 좋은 때를 보내기에 그렇게 나쁜 곳, 세상에서 가장 나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

나는 매번 내가 몸담고 있는 여기가 '최고로 좋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돼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글을 읽고서야 그걸 알았다. 하지만 '좋은 곳'을 만들기란 참으로 어렵다. '좋은 곳'을 만들려고 애쓰고 기대하고 실망하기 일쑤다. 그러니 <울분>에 나오는 남학생이 말하듯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곳'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어떨까.

거리를 좀 두고, 입을 다물고, 몸조심하고, 가벼운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중요한 건 나를 향한 모든 것을 개인적인 일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이것들을 지킨다면 최고의 환경은 아닐지라도 최악은 되지 않을 것이다.

무얼 하든 기대치를 낮춰야 덜 실망하고 덜 마음 아파할 수 있다는 걸 매번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