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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책

우리는 앞날을 알 수 없으니 <1Q84>

나는 지금 새로운 직장의 입사를 앞두고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 매일 티비를 보고 책을 읽고 밥을 먹고 여유롭게 살고 있다. 어떤 날은 은행일을 보러 은행에 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도서관에 간다. 주말에는 엄마와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온다. 아주 여유로운 삶이다. 그런데 요즘 늦은 사춘기가 왔는지 자꾸 짜증이 치민다. 특히 엄마와 대화를 나눌 때 그런 걸 보면 사춘기가 맞는가보다. 결국 나는 치미는 울화를 이기지 못하고 엄마에게 짜증을 낸다. 그게 나의 요즘이다.

나는 4월에 어떤 모습일까. 고작 한 달하고 며칠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이지만 나는 이때의 모습을 예측할 수 없다. 입사를 했을 것이고, 일을 시작했을 것이고 많이 혼란스러울 것이고 힘들 것이라는 것 정도. 당장 나의 8월과 나의 12월을, 나의 2020년의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다. 3년 뒤는 물론이고, 10년 뒤에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며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연락하는 사람들과 계속 관계를 이어나갈지도 모르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역사가 인간에게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명제는 '그 당시 앞일이 어떻게 될지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습니다'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말 그렇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사람들이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라가 망한다거나 빼앗긴다거나 하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일들은 발생한다.

나의 역사도 그렇다. 앞일을 한 치도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되려 현재를 충실히 만끽해야 한다. 내일 전쟁이 날 것처럼 오늘의 지루한 일상을 만끽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해야 한다. 옆에 있는 사람과 더 많은 웃음을 나눠야 한다. 깨끗한 접시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따뜻한 방에서 지내면서 나 자신을 대접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전쟁이 나더라도 후회가 덜할 것이다.

내일 전쟁이 난다고 했을 때, 당장 짐을 싸서 피난을 가거나 비상식량을 더 채워 넣고 숨을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은 현실적인 측면에서 지혜로운 선택이다. 하지만 나는 낭만적인 측면에서 생각하고 싶다. 전쟁이 나면 가장 귀한 것은 일상이고 흘러가는 구름이고 집안의 온기일 것이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빌려올 수가 없다. 그러니 나는 그것을 마지막으로 만끽하고 싶다.

내일 전쟁이 난다는 마음가짐으로 매일을 살 순 없을 거다. 그 마음가짐은 곧 잊어버릴 것이다. 마음가짐을 잊어도 좋으니, 일상을 만끽하는 것을 습관화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중에 전쟁 같은 생활을 하게 돼도 숨이 트일 구멍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