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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영화

매일이 좋은 날이라는 건 무엇일까<일일시호일>

최근 극장에서 오모리 타츠시 감독의 <일일시호일>이라는 영화를 봤다. 나는 이 제목을 통해서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영어로 하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텐데, 'every day a good day'라고 한다. 그러니까 매일이 좋은 날이다 뭐 그런 뜻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몇십 년 동안 차만 우리다 끝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이 친구와 취미 삼아 차를 배우기 시작하고 몇 십 년 동안 차를 우리는 그런 영화이다. 주인공이 차를 우리는 동안에도 인생은 전개된다. 대학에 입학했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할지 다른 걸 할지, 뭘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도 오고 애인에게 버림받는 시기도 온다. 나와 친한 친구가 나보다 앞서나가는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사랑하는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차 우리는 일을 끝내지 않는다.

영화 중반에 '일일시호일'이 쓰인 족자를 보며 주인공과 친구가 대화를 나눈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대충 이런 뉘앙스였을 것이다.

"일.일.시.호.일"

"일일시호일이 뭐야?"

"일일시호일. 매일매일이 좋은 날이라는 뜻이지."

"그 뜻은 나도 알아. 그런데 '좋은 날'이라는 게 뭐야?"

"글쎄."

그리고 말미에 주인공은 독백한다.(그것도 기억을 더듬어 써보자면 대충 이런 뉘앙스였다.)

"비가 오는 날에 빗소리를 듣고, 눈이 오는 날에는 눈을 보고 그러면 매일매일이 좋은 날이 아닐까."

'좋은 날'이라는 건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생각한 좋은 날이란 비가 오는 날에는 빗소리를 듣는 것, 눈이 오는 날에는 눈을 보는 것이다. 아마 매일 변화되는 날씨를 실감하고 풍부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깨끗한 날이라는 소리일 것이다. 나는 이 말에 동감한다.

똑같이 비가 오는 날일지라도 어떤 때는 '비가 오네'라고 머리로만 인식을 한다. 우산을 챙겨나가기 위해 인식하는 것이다.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소리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눈앞에 두고서도 다른데 정신이 팔려있는 날이 있다. 날씨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어떤 날은 빗소리를 듣기 위해 굳이 창문을 열어두는 날이 있다. 우산과 비가 만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도 있다. 이 두 날의 차이는 내가 얼마나 큰 근심과 걱정을 가지고 있었느냐이다.

매일이 좋은 날. 하루가 좋은 것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고 그런 매일이 이어지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하다. 하지만 하루 중 힘들고 싫은 것도 있으면서 반면에 좋은 것도 하나쯤 있는 날을 좋은 날이라고 할 수 있다면 '매일이 좋은 날'인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하루의 날씨를 마음 깊이 느끼는 것이라면 매일 해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