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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영화

다섯 살이 된다고 해도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습격!! 외계인 덩덩이>

사람은 외형에 갇힌다. 나도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어른인 ‘척’ 참고 살아가는 거지 다섯 살의 모습이었으면 정말 내키는 대로 감정 표현을 할거다. 시도 때도 없이 울고 떼쓰고 고집부리고 할거다. 사실 지금도 때로 울고 싶어질 때가있다. 그래도 꾹 참는다. 나는 다섯 살이 아니야. 나는 지금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어. 울면 안돼. 그러면서 마음을 다잡고 눈물을 삼키고 입술을 깨문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 습격!! 외계인 덩덩이>를 봤다. 추석을 맞이하여 어린이 친구들을 위해 투니버스에서 틀어줬다. 나도 (마음이) 어린 친구이기 때문에 봤다. 짱구를 좋아하기도 하고.

거기 보면 어쩌다가 짱구 아빠와 엄마가 어린이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겉으로 보면 짱구랑 별반 다를 게 없는데 행동은 다르다. 짱구가 겁 없이 나서면 말리고 수습한다. 또 걱정한다. 이게 어른과 아이의 차이일까. 또래로 보이는 봉미선(짱구 엄마) 씨와 짱구가 다른 행동을 보이니 그 차이가 눈에 확 보였다. 나는 다섯 살의 모습이 되면 다섯 살처럼 살거다. 그렇게 다짐을 해도 봉미선씨처럼 행동하게 될 것 같다. 자연스럽게.

어린이는 되고 싶지 않다.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자랄 걸 생각하니 숨이 턱 막힌다. 겨우 지나온 그 시간을 다시 걸어야 한다니. 너무 많은 귀찮은 일을 또다시 해야 한다. 싫다. 그러나 짱구처럼 20년 하고도 더 많은 시간을 5살로만 산다면. 그건 괜찮다. 그건 좋다. 평생 짱구 같은 다섯 살로 살다 이름 모를 행성이 지구에 꽝 부딪혀 지구가 펑 폭발해 멸망한다면 그건 괜찮다. 아니면 만화가 완결하듯이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게 끝나버리는 것도 괜찮다.

인간의 삶은 난이도가 점점 올라간다. 처음에 난이도가 높았다가 점점 내려가는 식이 아니다. 그래서 모든 일이 뜀틀 하나를 넘어가는 것만 같다. 이 뜀틀을 내가 넘을 수 있을까 버거워했던 게 지나고 보면 작아져있다. 그리고 다시 걷다 보면아까보다 더 큰 뜀틀이 나오고 나는 다시 버거워지고 고뇌하고... 그것의 반복이다.

처음부터 극강의 난이도를 겪고 그 이후 확 떨어진다면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을 편안히 살 수 있지 않을까. 이 삶을 나 혼자 하는 축구처럼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극강의 난이도를 견뎌냈다는 가정 하에 뒤따라오는 것이다. 그걸 견디지 못하고 죽을 확률이 더 높다.

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삶을 사는 건 항상 그렇다. 다 알지도 못하고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뭐하고 사는지도 모르고.

어쨌든 이 세계가 이렇게 설계된 이상 나는 순리를 따르며 사는 수밖에 없다. 고난과 시련을 견디고 지나간 것들을 뒤돌아보며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의아해하고 또다시 큰 어려움을 만나고. 그 반복 속에도 살아남고 싶다.

앞모습을 보고 버거워하다가 뒷모습을 보고 썩은 미소를 짓는 사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