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와 영화

너는 너에게 항상 말해줘야 한다.

뭐가 그렇게도 걱정스러운 것일까.
아침에 심장의 쿵쾅거림을 느끼며 불쾌하게 일어나는 건 왜 그럴까.
월요일과 화요일이 때로 두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자꾸 주눅이 들고 아는 사람에게 온갖 반가움을 끌어와 인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눅들 필요도 자신감을 잃을 필요도 없는데 그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너는 그 모든 걸 너무 많이 잃어버렸다.

개미같은 목소리로 말끝을 흐리는 것도, 자꾸만 공손하게 굴려고 말이 길어지는 것도.

솔직히 그런 건 다 별로지만 너의 매력쯤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영화 <월플라워>에 나오는 주인공의 모습, 자신감 없이 수업시간에 아는 내용을 안다고 손들지 못하고 급식시간에 눈을 또르륵 굴리며 혼자 온갖 외로움은 다 먹고 있는 표정. 그게 지금 너의 모습과 비슷하고, 한때 그렇게 영화 주인공처럼 살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주인공은 다들 매력적이라는 걸 너도 알지 않는가.

세상에는 수많은 성격을 가진 주인공들이 있다. 대책없이 활발하고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주인공, 까칠하고 무뚝뚝하고 시크하고 똑똑한 주인공, 소심하고 착하고 과거의 상처를 가진 주인공과 남들 시선 무시하고 지멋대로 사는 주인공 등등. 사연이 다양하고 무수히 많은 인간이 있듯 비슷한 성격은 있어도 같은 성격은 없고, 극과극의 성격을 가졌어도 모든 주인공은 다 매력적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영화든 드라마든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소설이든, 뭘 보든간에 그 안에 있는 주인공에게 이입하고 그 주인공의 편이 될 수밖에 없는 거다.

일단 이 세계의 유일한 주인공은 나다. 그래서 나는 매력적이고 또 그럴 수밖에 없고 나는 나를 이해하고 이입한다. 그렇지만 당연하다고 해서 응원과 애정의 말까지 당연하게 생략하면 안된다. 그런건 아낌없이 해줘야 한다. 사귀는 사이, 나는 너를 좋아하고 나도 너를 좋아하고 그게 명확한 사이에도 사랑의 속삭임은 매일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대개는 그렇게 되고 있다.

때문에 나는 나에게 끊임없이 말해야 한다. 너는 최고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는 예쁘고 똑똑하고 멋지다. 네가 한 실수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그런다. 좀 못했어도 그건 너의 매력을 해치지 못한다. 예의바른 모습이 너무 좋다. 귀여운 표정도 너무 좋고 긴 손가락도 너무 예쁘다. 옷 입는 스타일이 너무 멋지고 취미도 고고하고 좋다. 어떤 헤어스타일도 다 소화해낼 수 있고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얼굴을 가지고 있다. 목소리는 또 얼마나 부드러운지. 낮은 목소리의 결은 보드랍고 그게 주는 안정감이 얼마나 포근한지. 아무 이유 없이 사랑스러운 사람은 없는데 넌 사랑스럽다. 사랑스러운 이유들을 백만가지씩 가지고 있으니까. 말로 하려면 입이 아프고 글자로 쓰려면 손이 아플 정도로.

이렇게 우리는 스스로에게 사랑의 속삭임을 끊임없이 매일 거르지 않고 해야한다. 마치 연인에게 하듯이 말이다. 그래야 네가 행복하고 그래서 나도 행복하다.

내가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