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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이야기

감기에 걸려보니 알겠다.

감기에 걸렸다. 토요일에 시작된 감기가 일요일에 정점을 찍고 지금은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또 서서히 나아지나 했는데 이제는 기침이 심해져서 기침을 할 때마다 목젖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튼 지난 일요일은 많이 힘들었다. 집 안에 있으면서 하루 종일 요양을 했는데 뭔가를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따뜻한 물을 먹어야 해서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해야지'생각을 하고 몇 십분을 멍하니 앉아있거나 누워있다가 겨우 일어나서 물을 담고 끓였다. 그 정도였다. 원래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못했다.
아무튼 그때야 알았다. 감기에 걸렸을 때 뭘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스위치 하나 끄고 켜는 것도 힘든데 뭘 만들고 요리를 하는 건 또 얼마나 힘든지.
그러면서 작년과 재작년에 심한 감기에 걸려 폐렴까지 왔던 엄마를 생각해본다. 그 몸으로 내가 먹을 음식까지 다 만들어줬던 엄마를 생각한다. 나보다 더 심한 감기에 걸렸으니 몸을 움직이는 게 더 힘들었을 텐데 '네가 만들어 먹어라'라거나 '대충 먹어라'라는 말없이 맛있게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준 엄마를 생각한다. 그때는 고마운 마음도 들지만 나를 향한 원망 같은 게 생긴다. 마치 엄마를 고생시키려고 태어난 존재처럼 모든 힘든 일을 다 엄마에게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태어날 때부터 힘든 통증을 주고 흔적을 남기고 태어나는데 커서도 눈치 없이 밥이나 얻어먹고 있고.
감기에 걸려 고생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써봤다.
감기가 나아도 이건 잊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