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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방법 <울분> 어딜 가나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는 어렵다. 나는 특히 더욱 그렇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들을 마주하는 일은 어렵다. 어려운 일일수록 답은 간결한 모양인지, 필립 로스의 소설 에는 그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같은 학교 남학생이 주인공에게 하는 말이다.와인스버그에서는 거리를 좀 두는 게 도움이 돼. 입을 다물고, 몸조심하고, 미소를 지어. 그런 다음 하고 싶은 대로 해. 다 개인적인 일로 받아들이지 마. 모든 걸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그러면 이곳이 네 인생의 가장 좋은 때를 보내기에 그렇게 나쁜 곳, 세상에서 가장 나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 나는 매번 내가 몸담고 있는 여기가 '최고로 좋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돼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글을 읽고서야 그걸 알았..
답답하다 답답해서 숨도 쉬기 어렵다. 남의 짜증이 나의 영혼을 이렇게나 갉아먹을 수 있다니. 그걸 생각하면 짜증이 난다.
산타면 좋아 ​ 산타면 좋다 도봉산엘 갔다왔는데 조금 피로해도 하루가 상쾌하다. 오랜만에 산을 타는 거라 헥헥거리고 힘도 들었지만 올라갔다 내려오는 게 굉장히 상쾌했다. 오르고 내리다 만나는 사람들과 말을 붙이는 것도 재미있다. 오르는 사람은 얼마나 남았는지를 물어보고 내려가는 사람은 답하고 응원한다. 서로의 안전을 바라며 헤어진다. 그런 면에서 산은 따뜻한 곳이다. 양보의 욕구가 샘솟는 모양인지 사람들은 서로 우선 양보를 한다. 아마도 잘못 부딪혀 굴러 떨어지면 치명상을 입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유독 산에서만큼은 양보를 하고 싶어지는 것 같다. 가파른 길은 나를 쫄게 만들지만 거기를 지나오면 또 괜찮다. 몸을 움직여야 하니 잡념도 사라진다. 산은 여러모로 좋다. 무릎은 좀 아프지만.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할 수는 없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할 수는 없다.', 쉽게 말하면 그런 뜻이 된다. 가게를 경영하고 있을 때도 대체로 같은 방침이었다. 가게에는 많은 손님이 찾아온다. 그 열 명 가운데 한 명이 '상당히 좋은 가게다, 마음에 든다, 또 오고 싶다'라고 생각해주면 그것으로 족하다. 열 명 중에 한 명이 단골이 되어준다면 경영은 이루어진다. 거꾸로 말하면 열 명 중 아홉 명의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 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 무라카미 하루키 '모든 사람이 너를 좋아하게 할 수 없으니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 하지 말고, 너 스스로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해라'라는 말을 자주 볼 수 있다.잘 알고는 있지만 그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라고들..
모든 초라함은 나로부터 초라함.내가 가장 싫어하는 느낌이다.무언가가 초라하다고 느껴지면 거기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그럼에도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초라함을 느낀다.나 혼자 있을 때 가끔, 가족 또는 친구와 같이 있을 때는 꽤.내가 느끼는 '초라함'이라는 것은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된다.일면식도 없는 타인이 나를,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 사람의 말을 어떻게 평가할까를 상상하면서 시작된다.그러니까 일면식도 없는 타인은 별다른 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저 나 혼자 상상으로 키워내는 것이다.결과적으로 '초라함'이라는 건 나 혼자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하다. 얼마 전 집을 얻으러 부동산에 엄마와 함께 갔다.집을 둘러보고 괜찮은 집을 발견해서 계약을 하기 위해 잠시 부동산 의자에 앉아있었다.엄마는 부동산 내부에 보이는 것들에 ..
언 바나나에 우유를 ​ 나는 바나나를 좋아한다. 그러나 바나나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검게 변한다. 그럴 때는 껍질만 다 까서 냉동실에 넣는다. 그리고 갈아먹는다. 바나나 두 개와 우유 200ml를 함께 갈아마시면 참 맛있다. 바나나의 단 맛으로 시럽이나 설탕같은 걸 넣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것도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 집을 떠나면 이 맛있는 음료를 먹기는 어려울 거다.
아로니아를 위한 요구르트 ​ 집 근처 마트에서 15개에 990원에 파는 요구르트다. 우리 집에는 항상 요구르트가 있는데 그건 아로니아 때문이다. 여기 저기에 좋다는 아로니아를 요구르트와 섞어 먹는다. 그러면 아로니아액의 떫은 맛이 줄어들고 보다 달달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아로니아를 먹고 어디가 좋아졌는지는 체감할 수 없지만 둘을 섞어먹는 맛도 나름 괜찮아서 생각날 때 마신다.
크리넥스 휴대용 티슈 ​ 카카오 캐릭터가 그려진 크리넥스 여행용 티슈. 어느 순간부터 휴지 없이는 어디를 가는 게 불안해졌다. 나도 모르게 콧물이 나올 때가 있고, 시외버스를 타면 잠을 자면서 침을 흘릴 때가 많다. 그때는 주머니에 처박힌 쓰던 휴지마저도 귀해진다. 뭘로든 닦아야 하기 때문에. 사진 속 저 휴지는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산 휴지다. 당시 버스에서 울음이 나서 참느라 콧물이 쏟아졌을 때, 주머니에 있던 휴지로 대강 처리하고 산 휴지다. 그때 그 슬픔은 아마 카카오 캐릭터가 그려진 저 티슈를 볼 때마다 생각날 거다. 휴지는 되게 부드러워서 좋다. 주휴소 휴지가 아닌 곽티슈에 든 휴지의 촉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