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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에 대한 환상이 와장창! 아무런 근거도 없이 믿어 왔던, 맹신의 수준으로 믿었던 어른들이 있다. 바로 부모님(정확히는 엄마)과 선생님이다. 그들은 도덕적이고 지혜로우며 정의롭고 올바르게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의 근거는 ‘선생님이고 나의 부모님이기 때문에’였다. 결국 이 생각은 20대 초반에 와장창 부서지게 된다. 20살 때까지도 엄마가 틀릴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지식의 측면에서는 모르는 게 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고방식이나 태도, 판단은 항상 ‘옳음’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 기준에서는 아직도 그런 면이 많다. 역시나 엄마는 현명하고 지혜롭다. 그런데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다. 가끔 엄마도 편견에 가득 찬 말들을 하고, (물론 내 기준에서이지만) 구시대적인 발언을 하기도 한다. 이 사실을 깨달으면서 또 한..
나는,필요하다,공간이,혼자만의 현재 나는 자취를 하고 있다. 부엌과 화장실이 딸린 조그만 원룸에서 산다. 이 자그마한 공간은 나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 이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공상을 하며, 한 공간을 운영하는 방법을 익힌다. 또 이 공간은 전 세계에서, 아니 우주 전체를 통틀어 내가 가장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이다. 보는 이도 없고 올 사람도 없으므로. (그러나 안타깝게도 방음이 형편없어서 소리는 그다지 자유롭게 낼 수 없다) 홀가분한 몸으로 활보를 해도, 이상한 춤을 춰도 괜찮은 곳. 펑펑 울고 욕을 마음껏 해도 전혀 문제 될 것 없는 곳이다. 내가 가장 아끼는 장소이다. ‘나만의 공간’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따로 ‘내 방’이라는 것이 없었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없어..
체력이 우선이다 <미생><직업으로서의 소설가> 근력도 엉망, 지구력도 엉망, 온갖 체력이 엉망. 저질 체력의 소유자, 그게 바로 나다. 나는 몸을 자주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직업으로 치면 운동선수나 소방관 같은...) 그래서인지 학생 시절부터 최근까지 줄곧 ‘체력’이라는 것을 등한시했었다. ‘굳이 힘들여 체력을 키울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했다는 거다. 운동이란 ‘하면 좋지만, 나의 경우는 안 해도 크게 상관없는 것’이었고 그래서 운동을 하는 날보다 하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 체력이 없는 사람(나)은 이런 모습이다. 2-3시간 집중하고 나면 완전히 방전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졸리지는 않다. 그저 힘이 없을 뿐이다. 그래서 자거나 먹거나 휴식을 취해줘야 한다. 일종의 충전시간을 가져야 하는 셈이다. 또 외출하고 오면, 혹은 수업을 ..
수영장에는 '적'이 아닌 '벗'이 있다.<미움받을 용기> 미움받을 용기 1권과 2권을 모두 읽었다.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로 내용이 전개되는 방식을 통해 그들의 대화를 관찰하고 때로는 엿듣는 느낌을 느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며 어떤 때는 철학자의 말에 수긍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청년의 말에 수긍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이 책의 청년처럼 철학자의 말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물론 이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움받을 용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경쟁이나 승패를 의식하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이 열등감이야. 늘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고 이 사람에게는 이겼어, 저 사람에게는 졌어, 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네. 열등 콤플렉스나 우월 콤플렉스는 그 연장선상에 있지. 그렇다면 이때 자네에게 타인은 어떤 존재가 될까? 언제부터인가 자네를 제외한 모든 사..
나의 나약함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나 스스로 나약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기 자신을 하나의 모습으로(그것도 나의 경우는 다소 부정적인 모습으로) 정의하고 못박아버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한다고 해도 역시나 나는 나약하다. 물론 ‘현재의’ 내가 그렇다는 것이다. 왜 나를 나약하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나는 솔직히 말해서 세상이 너무 무섭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마주해야만 하는, 이겨내야 하는 세상은 더더욱 무섭다. 한때는 학교가 무서웠다. 해야만 하는, 그렇지만 난감하고, 어려운, 가끔은 부끄러움을 동반하게 되는 과제들이 있었으므로. 또한 만나기 싫은 친구들 혹은 동기들(물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 받는 상처들이 주로 나를 무섭게 했다. 그런데 이제 학교에서 벗어나 사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