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소한 이야기

나는,필요하다,공간이,혼자만의

현재 나는 자취를 하고 있다. 부엌과 화장실이 딸린 조그만 원룸에서 산다. 이 자그마한 공간은 나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 이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공상을 하며, 한 공간을 운영하는 방법을 익힌다. 또 이 공간은 전 세계에서, 아니 우주 전체를 통틀어 내가 가장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이다. 보는 이도 없고 올 사람도 없으므로. (그러나 안타깝게도 방음이 형편없어서 소리는 그다지 자유롭게 낼 수 없다) 홀가분한 몸으로 활보를 해도, 이상한 춤을 춰도 괜찮은 곳. 펑펑 울고 욕을 마음껏 해도 전혀 문제 될 것 없는 곳이다. 내가 가장 아끼는 장소이다.

‘나만의 공간’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따로 ‘내 방’이라는 것이 없었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없어서 불만스럽지는 않았다. 그때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은 곳’이었다. 

그러다가 대학교에 오면서 기숙사에 살게 되었다. 4명이서 (좁은) 방 하나를 같이 썼다. 그래서 내 공간이라고 해봐야 좁은 방을 1/4로 나눈 공간, 정확히 말하면 책상과 책상 위의 이층침대가 내 공간의 전부였다. 좁기도 좁았고 더욱 별로였던 건 칸막이도 없는 개방된 공간이라는 거다. 뭘 하고 있어도 보이는. 상대가 보고 싶지 않아도 눈을 살짝만 돌리면 볼 수밖에 없는. 기숙사에 살 때부터 시작되었다. 나만의 공간에 대한 열망이.

나의 경우는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가 소진되고 혼자 있을 때 그 에너지를 충전하는 타입의 사람이다. 그런데 충전해야 하는 공간에서도 사람과(그것도 낯선 사람과) 부대끼고 있으니 충전이 될 턱이 있나. 그리고 감정을 표출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오늘은 좀 울어야겠는데 딱히 울 곳이 없다. 나중에는 급기야 기숙사 건물 제일 꼭대기 층 비상계단에서 울기도 했다. 아무튼 이때는 혼자만의 공간이 무척 절실했다. 

그러다가 3학년 때부터 자취를 시작하게 된다. 정말 좋았다. 편하고 행복했다. 제대로 된 충전기를 갖게 된 셈이다. 그것도 고성능의 급속충전기를. 가끔은 ‘이 좁은 공간이 이렇게 큰 위안과 안정감을 줄 수 있다니.’하고 놀라기도 한다. 아무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최대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이 있다니, 이 얼마나 좋은가.

'사소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래 가장 행복했던 일요일  (0) 2018.06.21
으악! 취업 스트레스  (0) 2018.06.19
금사빠에서 벗어나는 방법  (0) 2018.06.12
엄마 자랑하기 1  (0) 2018.06.07
어른에 대한 환상이 와장창!  (0) 2018.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