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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귀여운 약점들

나의 나약함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나 스스로 나약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기 자신을 하나의 모습으로(그것도 나의 경우는 다소 부정적인 모습으로) 정의하고 못박아버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한다고 해도 역시나 나는 나약하다. 물론 ‘현재의’ 내가 그렇다는 것이다. 

왜 나를 나약하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나는 솔직히 말해서 세상이 너무 무섭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마주해야만 하는, 이겨내야 하는 세상은 더더욱 무섭다. 

한때는 학교가 무서웠다. 해야만 하는, 그렇지만 난감하고, 어려운, 가끔은 부끄러움을 동반하게 되는 과제들이 있었으므로. 또한 만나기 싫은 친구들 혹은 동기들(물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 받는 상처들이 주로 나를 무섭게 했다. 그런데 이제 학교에서 벗어나 사회로, 일터로 나갈 시기가 되니 그토록 무서워했던 학교가 집 다음으로 가장 따뜻한 장소였음을 느낀다. 지금에 와서 느낀들 어쩌겠는가. 이제는 학교를 떠나야만 하는데. 아무튼 사회를 나갈 시점이 되니 두려움뿐이다. 가능하면 안전하고 따뜻한 곳에서 언제까지고 머물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지금까지는 최대한 피해왔던 것들을 마주치고, 익숙해지고, 소화해내고, 이겨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작년, 그러니까 2017년 중순의 나는 몹시 불안정했었다. 상처를 너무나도 잘 받았고, 그 당시에는 나를 더 고달프게 하는 사람을 만났으며, 그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와 그동안 쌓아왔던 온갖 스트레스들이 만나 폭발하면서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 당시 나는 집에서 자주 울곤 했다. 집은 유일하게 내가 마음껏 울 수 있는 장소였다. 그런데 때로는 너무 힘들어서 집까지 오는 그 시간 동안 울음을 참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길거리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울음을 겨우 참고, 그마저도 잘 되지 않아 꺽꺽대며 울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걸어오는 날도 있었다. 그 모습이 나 스스로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정말로.

그 충격을 계기로 불안정한 내면을 안정시키고자, 더 이상 크게 상처받지 않고자 1년 동안 쉬기로 했다. 그러면서 안정을 찾아보자고, 안정을 찾은 다음에는 물렁물렁한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최대한 상처받지 않도록 해보자고 다짐했다. 나의 1년여의 휴가는 2018년 5월 즈음에 막을 내리고 나는 다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걷기 시작해야 한다. 

몹시 두렵고 무서운 감정이 지배적이지만 그래도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지금의 내가 작년의 나보다 훨씬 더 내적으로 성숙해졌고 안정되었다는 것을. 물론 아직 부족한 점투성이고 시련이 닥쳐오면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마음 아파하겠지만 어쨌든 작년보다 발전이 있었으므로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