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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사는 게 제일 어려워요.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선물 사는 것을 엄청나게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그런 부류에 속한다. 선물을 사는 것은 어렵다. 내가 산 선물이 받는 이의 취향에 어긋나거나 쓸모없을까봐 걱정이 돼서 그런다. 별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선물 사는 건 별로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어느 담당자를 만나러 가야 하는 데 선물을 사야 한다면 적당히 과일주스나 비타500 같은 걸 한 박스 사들고 가면 된다. 상대방이 과일 주스를 혐오하는 사람이건 비타500의 맛을 경멸하는 사람이건 상관없다. 나는 내 성의를 보여주면 끝이다. 내 선물이 상대의 마음에 드냐 마느냐, 그 사람의 취향을 저격했느냐 그러지 못했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주스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도 하고.) 그런데 가까운 사이라면 선물을 사는 것은 너무도..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과거에 발목 잡힌 자여. 얼마 전 읽게 된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에 대해 짧게 써볼까 한다. 감정의 세밀한 묘사가 특히 돋보여서 그 감정들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나’이지만 주로 ‘선생님’에 관한 내용이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나’는 해수욕장에서 우연히 ‘선생님’을 보게 되고 매력을 느껴(여기서 매력은 그저 인간적인 매력이다. 사귀고 싶고 결혼하고 싶은 그런 거 아니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가까운 사이가 된다. 자주 선생님의 집에 들러 만남을 가지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선생님이 대단한 통찰력을 가진 지식인이라는 걸 느끼고 왜 그 능력을 다른 곳에 써먹지 않고 집에만 있는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간혹 나오는 선생님의 뼈가 박힌 말에 선생님이 어떤 과거를 ..
어떤 자식을 낳든 어머니는 어머니 <작가로 산다는 것> 나는 나를 너무 부족한 사람으로 본다(실제로도 부족한 부분이 많긴 할 테지만). 그래서인지 ‘내가 이런 중요한 일을 해도 되나?’, ‘내가 도움이 될까’ 같은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불안함을 느낀다. 내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내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봉사활동을 하러 가서도 그렇다. 주로 교육봉사를 많이 해왔는데 매번 하면서도 ‘나한테 배우는 학생들은 도움이 된다고 느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생각을 해서 그런지 매번 수업을 열심히 준비해가긴 했지만 그렇게 열심히 해가도 그런 생각은 사라지질 않는다. 어쩔 수 없는가 보다.타인의 반응과는 무관하게 그런 생각은 항상 머릿속에 떠돌기 때문에 체념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다가 최근에 읽었던 책에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 아저씨의 위로 <비밀의 숲>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훨씬 더 좋아한다. 제일 처음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는 이다. 그 당시는 팬이라거나 관심이 있어서 찾아읽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때는 소설가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했었는데 책 제목을 보니 그런 과정들을 잘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를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보니 궁금증도 많이 해소가 되었고 여러 가지로 얻어 가는 교훈도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용이 재미있었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피식하게 되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소리 내서 웃을 때도 있었다. 지금까지 누구 에세이를 보면서 그렇게 많이 웃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또 에세이를 읽다 보니 이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람 자체가 친근해져버렸다. 옆집 아저씨처럼, 아빠..
날것의 감정을 느끼고 있으면 <비밀의 숲> 얼마 전 먹을거리를 사러 집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에 간 적이 있다. 대형마트라서 그런지 고객이 스스로 계산할 수 있게끔 설치된 무인계산기가 있었다. 많은 물건을 사지 않는 편이라서 주로 거기에서 계산을 하는 편이고 그날도 마찬가지로 거기에서 계산을 했다. 그런데 평소에 쓰던 체크카드로 결제를 하려고 하니 자꾸만 오류가 나는 것이 아닌가. 분명히 카드 잔액도 충분할 텐데 말이다. 몇 번을 시도해도 안되고 마트 직원이 카드 결제를 도와줬는데도 결제가 안됐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났다. 이 카드의 카드사 사정으로 3일간 서비스가 중지된다는 것이(유독 이 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카드가 안되는 때가 꽤 많다는 생각도 들었다). 살짝 당황한 상태였지만 어느 정도 의문이 풀리고 나서 다른 카드로 계산하려고 했다. 그..
사랑 노래에 나오는 그런 사랑을 해볼 수 있을까 사랑에 대해 말하는 많은 노래들을 듣고 그 가사들을 음미하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든다. '과연 나도 이 노래에 나오는 이런 애틋한 사랑을 해볼 수 있을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애절하고 애틋한, '너 아니면 안 돼. 네가 있어서 내 삶의 의미가 있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사랑을 해본 적은 정말 없다. 헤어지고 나서도 상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괴롭긴 하지만 상대방 욕을 더 많이 한다. 이별 노래가 공감은 가지만 그 노래에 담긴 가사 그대로가 내 마음이었던 적은 없다. 어렸을 적 본 드라마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른바 '사랑의 도피'를 떠나는 주인공 남녀가 나왔다. 그때는 '나도 크면 저런 사랑을 하겠구나. 세상 사람들이 하는 사랑이란 저런 거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정도 머리가 크고 ..
이제는 진부한 키워드가 되어버린 '노력'에 관한 나의 오해 <자유로울 것> 제대로 된 운동(수영)을 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음과 동시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생각을 도식화해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수영실력이 늘지 않는다. → 내가 제대로 노력하지 않고 있으니까 그런 거지. → 엥? 나는 지금 노력하고 있는 건데? 이게 노력하지 않는 거라고? → 난 다른 분야에서도 이 정도의 노력을 하면서 살아왔는데? → 그럼 지금까지 내가 한 것은 제대로 된 노력이 아니었단 말인가? 이것이 보통 수준의 충격이 아닌 ‘큰’ 충격을 준 것은 ‘노력’이라는 키워드와 나와의 관계 때문이다. ‘노력’이라는 키워드는 학창시절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못해도 좋으니 최선을 다해라’라고 말씀하셨고 그 말씀에 따라 나는 모든 일에 노력을(이때의 노력은 내가 지금껏 진정한 노력이라고 ..
상처에 대하여; 오해를 하고 있었습니다.<어떻게 살 것인가> <태도에 관하여> 얼마 전까지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 나는 유독 상처를 많이 받는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는 오해, 그리고 나같이 상처를 많이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처를 거의 안 받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오해. 쾌활하고 긍정적인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은 상처를 안 받는 건가 봐’라고 생각했던 오해. 지금까지 상처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고 있었다. 상처는 안 받을수록 좋다는 오해와 상처를 안 받고도 살 수 있으나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할 거라는 오해도 있었다. 상처에 관한 내 생각은 죄다 오해투성이였다. 물론 상처를 받지 않는 방법은 있다. 어디도 가지 않는 것,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누구와도 만나지 않는 것이 그 방법이 되겠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볼까? 밖에 나가지 말고 혼자 집 안에 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