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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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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사빠에서 벗어나는 방법 나는 금사빠, 금방 사랑에 빠지는 인간이다. 사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금호느, 금방 호감을 느끼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금사빠로서의 고충이 있는데(아주 많다) 그것은 조금 괜찮은 사람만 보면 무한한 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말도 몇 마디 안 해보고(심지어 그냥 보기만 했는데도) 이름도 모르는데, 호감을 느끼고 금방 쑥스러워진다. 눈도 못 마주친다. 또 다한증이 있는 나는 손에 땀이 흥건해진다. 종이를 잡고 있다면 종이가 젖고, 지하철 봉을 잡고 있다면 거기에 물이 흥건해진다. 오늘도 그랬다. 오늘도 이름 모를 남자와 눈을 맞추고는 금방 호감을 느껴버렸다. 너무 쉽게 호감을 느끼는 내가 우스우면서도 짜증 난다. 근데 사실 지금은 좀 나아진 거고 예전에는 진짜 더 심했다. 특히 대학에 갓 들어왔을 때..
엄마 자랑하기 1 오늘은 엄마 자랑을 해볼까 한다. ‘우리’ 엄마 자랑을. 남의 엄마도 훌륭한 점이 많다는 걸 알지만 남의 엄마는 정말 ‘남의’ 엄마라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므로 뭘 적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내가 잘 아는 ‘우리 엄마’ 자랑을 시작해보려 한다. 엄마는 진짜 대단하다. 나는 솔직히 엄마처럼은 못 살 것 같다. ‘엄마처럼 안 살아! 구질구질해!’이런 뜻이 아니라 내 능력이 모자라서 엄마처럼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의미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하면, 엄마는 생활력이 강하다. 처음 내가 5학년 때 나름 도시로(그전에는 ‘군’단위에서 살았고 이사하고 나서는 ‘시’단위에서 살게 되었다) 이사 왔을 때 우리는 17평짜리 집에 월세를 내며 살았다. 그 이후로 10년이 조금 넘게 지난 뒤 엄마는 방 세 개짜리 집을 ..
어른에 대한 환상이 와장창! 아무런 근거도 없이 믿어 왔던, 맹신의 수준으로 믿었던 어른들이 있다. 바로 부모님(정확히는 엄마)과 선생님이다. 그들은 도덕적이고 지혜로우며 정의롭고 올바르게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의 근거는 ‘선생님이고 나의 부모님이기 때문에’였다. 결국 이 생각은 20대 초반에 와장창 부서지게 된다. 20살 때까지도 엄마가 틀릴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지식의 측면에서는 모르는 게 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고방식이나 태도, 판단은 항상 ‘옳음’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 기준에서는 아직도 그런 면이 많다. 역시나 엄마는 현명하고 지혜롭다. 그런데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다. 가끔 엄마도 편견에 가득 찬 말들을 하고, (물론 내 기준에서이지만) 구시대적인 발언을 하기도 한다. 이 사실을 깨달으면서 또 한..
나는,필요하다,공간이,혼자만의 현재 나는 자취를 하고 있다. 부엌과 화장실이 딸린 조그만 원룸에서 산다. 이 자그마한 공간은 나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 이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공상을 하며, 한 공간을 운영하는 방법을 익힌다. 또 이 공간은 전 세계에서, 아니 우주 전체를 통틀어 내가 가장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이다. 보는 이도 없고 올 사람도 없으므로. (그러나 안타깝게도 방음이 형편없어서 소리는 그다지 자유롭게 낼 수 없다) 홀가분한 몸으로 활보를 해도, 이상한 춤을 춰도 괜찮은 곳. 펑펑 울고 욕을 마음껏 해도 전혀 문제 될 것 없는 곳이다. 내가 가장 아끼는 장소이다. ‘나만의 공간’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따로 ‘내 방’이라는 것이 없었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없어..